이른 새벽, 냉장고에서 차가운 두유를 하나 꺼내든다. 꿀떡꿀떡 넘어가는 느낌이 좋다. 오늘은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것 같다. 까슬한 보라색 바람막이를 걸치고 검정 꽃무늬 고무줄 바지를 입는다. 왠지 요즘 무릎이 자꾸만 쑤신다. 거슬리는 무릎을 뒤로 한 채 흰색이었던 신발끈을 동여 맨다. 문을 여니 기분 나쁜 쇳소리가 잠을 깨운다. 콧구멍에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것이 기분 좋다. 눈앞에는 우거진 빌딩숲과 판자집들이 대조되어 보인다. 굽은 허리를 짊어 지고 한걸을 한걸음 들뜬 기대감으로 땅을 딛는다. 본인 몸 만한 리어카 손잡이를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제 비가와서 그런지 바닥이 질펀하다. 이젠 움직이는것 마저 일이 되어버린 몸뚱아리를 치켜세우며 한집 두집 리어카에 박스나 캔 따위 들을 채워 나간다. ..